“칫솔질, 하루에 세 번 꼭 해야 하는 거 맞나요?”
진료실에서 환자들에게 자주 받던 이 질문에, 전북대학교 치과대학 치주과학교실 허석모 교수는 오랫동안 선뜻 답하지 못했다. 치과의사인 자신이 오랜 시간 하루 한 번, 잠들기 전에만 양치질을 해 왔다는 사실을 꺼내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릴 적부터 ‘하루 세 번, 3분 동안, 식후 3분 이내’라는 이른바 ‘333 법칙’을 배워 온 그는 여러 번 닦을수록 오히려 잇몸에서 피가 나는 경험을 했다. 오래된 의문에 답을 건넨 것은 치과대학 시절 한 교수의 강의였다.
“하루 세 번 닦아야 한다는 말은 사실 과학적 근거가 없습니다. 하루 한 번이라도 제대로 꼼꼼히 닦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 역시 시행착오를 겪었다. 치과대학에서 배운 정석대로 열심히 닦았는데도 잇몸이 내려앉고 치아가 패였으며, 어느 날 거울 앞에서 숨은 충치까지 발견한 것이다. 이후 양치 습관을 처음부터 과학적으로 다시 점검한 그는 50대가 된 지금, 동료 치주과 교수로부터 잇몸뼈 상태가 30대 중반 수준이라는 말을 들을 만큼 건강한 잇몸을 유지하고 있다.
허 교수는 이 경험과 26년간의 임상·연구를 바탕으로 대중 교양서 『백년양치질: 하루 한 번 제대로, 평생 치아를 지키는 과학적 루틴』(소리내)을 펴냈다. 앞서 출간한 전문가용 학술서 『치태조절 임상가이드: 근거기반 구강위생교육』에서 정리한 임상 근거와 연구를 바탕으로, 일반 독자가 일상에서 바로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새롭게 풀어낸 책이다.
책은 9월 20일 출간 이후 일주일여 만에 온라인서점 알라딘 건강정보(기타) 분야 주간 베스트셀러 2위(9월 4주 차)에 올랐다. 유튜브 채널 ‘은퇴학교’에 공개된 저자 인터뷰 영상도 조회수 51만 회를 넘기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9월 28일 기준).
책이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양치질의 목적은 입속 세균을 모두 없애는 것이 아니라 치아 표면에 쌓이는 치태(플라그)를 꾸준히 조절하는 데 있으며, 그래서 횟수보다 방법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무조건 자주, 오래, 세게 닦기보다 하루 한 번이라도 치아의 모든 면과 치아 사이, 잇몸선을 빠짐없이 관리하는 편이 낫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저자는 △치아 표면을 꼼꼼히 닦는 ‘치아 양치질’ △칫솔이 닿기 어려운 치아 사이를 관리하는 ‘치간 양치질’ △잇몸선을 따라 부드럽게 관리하는 ‘치주 양치질’의 3단계 루틴을 제시한다. 식사 직후에는 입안이 산성화되어 있어, 물로 먼저 헹군 뒤 30분에서 1시간이 지나 칫솔질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침 분비가 줄어드는 밤을 앞둔 취침 전 양치질은 반드시 지켜야 할 시간으로 꼽는다.
다만 허 교수는 이것이 양치를 소홀히 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한 번을 닦더라도 치아 사이와 잇몸까지 빠짐없이 관리하고, 정기적인 치과 검진과 필요한 전문적 치주 관리를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허 교수는 “치아를 오래 지키는 일은 잘 먹고, 잘 말하고, 편안히 웃는 삶의 기본을 지키는 일”이라며 “양치질을 무심코 반복하는 습관이 아니라, 내 몸을 돌보는 과학적 루틴으로 다시 바라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책에는 ‘333 법칙’의 유래와 한계, 칫솔과 치약 선택법, 전동칫솔과 일반 칫솔의 차이, 치실과 치간칫솔의 올바른 사용법, 불소에 대한 오해, 잇몸 건강과 당뇨·심혈관 질환 등 전신 건강의 연관성까지 독자들이 일상에서 자주 묻는 질문이 담겼다. 복잡한 치의학 지식을 나열하는 대신 ‘왜 그렇게 해야 하는가’를 먼저 설명하고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를 단계적으로 안내하며, 전면 컬러 사진과 도해, 파트별 ‘2주 루틴 체크리스트’로 실천을 돕는다.
허 교수는 대학병원 진료실에서 80세, 90세가 넘어서도 자기 치아로 식사하는 환자들을 만나며, 평생 치아를 지키는 힘은 꾸준한 일상 구강위생 관리에서 나온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말한다. 그가 말하는 ‘백년양치질’은 단순히 이를 닦는 기술이 아니라, 임플란트에 앞서 자기 치아를 오래 지키고 100세 시대의 건강 수명을 준비하는 가장 기본적인 일상 습관이다.
허석모 교수는 서울대 치과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뉴욕주립대학교 버펄로 치과대학에서 치주과 전문의 과정을 수료했으며, 같은 대학원에서 구강생물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전북대 치과대학 치주과학교실 교수이자 전북대 치과병원 치주과 전문의로 재직 중이다. 전북대 치과병원 치주과장, 치과의사 국가시험 및 치주과 전문의시험 출제위원, 대한치주과학회 이사, 대한노년치의학회 이사 등을 역임하며 치태조절과 치주질환 예방, 근거기반 구강위생교육 분야의 연구와 교육을 이어 오고 있다.
[도서 정보] 『백년양치질』 허석모 지음 | 소리내 | 2026년 9월 20일 | 20,000원 | ISBN 979-11-6372-2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