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대학교 아동학과가 시각예술을 매개로 영유아 주양육자들이 돌봄 속에서 잠시 잊고 있던 ‘나’를 다시 마주하도록 돕는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 큰 호응을 얻었다. 아동학과 정유진 교수와 황미진 강사가 협업 연구진으로 참여한 ‘부모를 위한 감각 회복 프로젝트-그럼에도 우리는’이 지난 20일 모든 교육 일정을 마친 것. 참여자들이 감정과 욕구를 표현하고, 돌봄의 시간을 자신만의 언어로 돌아볼 수 있도록 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이 프로그램은 전주문화재단이 주관한 2026년 생활밀착형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 ‘가가호호’의 하나로 마련됐다. 만 0~36개월 자녀를 양육하는 전주지역 주양육자 15명이 두 기수로 나뉘어 참여했으며, 각 기수는 4회차 프로그램으로 운영됐다. 회차별 활동은 시각예술 작가 이수민·유정 씨가 맡았다.
기존 영유아기 부모교육이 자녀 발달의 이해와 양육 방법 습득에 무게를 뒀다면, 이번 프로그램은 양육자 자신에게 시선을 돌렸다. 자녀 돌봄이 일상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시기, 참여자들이 ‘양육자’라는 역할을 잠시 내려놓고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돌아보며 스스로를 돌보는 힘을 회복하도록 돕는 데 초점을 맞췄다.
프로그램은 개인으로서의 나를 발견하고, 감정과 돌봄의 시간을 돌아본 뒤 미래의 자신에게 다가가는 흐름으로 구성됐다. 첫 회차 ‘나의 조각들’에서는 자신을 설명하는 단어를 모아 한 그루의 나무를 만들며 삶의 여러 모습을 표현했다. ‘오늘의 자화상’에서는 거울을 보지 않은 채 손끝의 감각으로 얼굴을 그리는 블라인드 컨투어 드로잉을 진행했다.
세 번째 활동인 ‘작아진 옷, 커진 마음’에서는 아이가 입던 작아진 옷을 기록 매체로 활용해 돌봄의 시간을 시각적으로 재구성했다. 마지막 ‘나에게 쓰는 그림 편지’에서는 1년 뒤의 자신에게 전할 편지를 타임캡슐로 만들어, 현재의 마음과 앞으로의 바람을 담아냈다.
전북대 아동학과 연구진은 프로그램의 목적과 교육목표를 구체화하고, 각 예술활동이 양육자의 자기돌봄과 정서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활동 간 연결을 체계화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가족학과 예술교육의 전문성이 결합해 양육자의 경험을 새로운 방식으로 해석하고 표현하는 교육 모델을 함께 만든 것이다.
전북대 국립대학육성사업의 지원도 더해졌다. 사업에 참여한 아동학과 학부생 4명은 프로그램 운영을 보조하는 한편, 현장에서 수집한 자료를 정리·분석하는 연구 과정에도 참여했다. 학부생들이 교육 현장의 경험이 연구자료가 되고, 다시 학문적 성과로 발전하는 과정을 직접 경험했다는 점에서도 의미를 더했다.
연구진은 앞으로 프로그램의 구성과 운영 과정, 참여자들의 경험을 사례연구로 분석해 가족학 전문학회와 학술지에 발표할 계획이다.
정유진 교수는 “돌봄이 일상의 전부가 되는 시기에는 정작 자신이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알아차리기 어렵다”며 “좋은 부모가 되는 방법을 가르치기보다, 양육자가 한 사람으로서의 자기를 다시 만나는 시간을 마련하는 데 목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들도 현장에서 쌓인 경험이 자료로 정리되고 연구로 이어지는 과정을 함께하고 있다”며 “학부 단계에서 교육 현장과 연구를 연결해 직접 경험할 수 있다는 점 역시 이 사업의 중요한 의미”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