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11회째를 맞은 ‘ACT 페스티벌’은 ACC를 대표하는 융복합 예술축제다. 예술과 최첨단 기술의 만남으로 해마다 많은 호응을 얻고 있는 ‘ACT 페스티벌’의 올해 주제는 ‘아이, 휴먼: 테크네세(世)에 응답하기’로, 10개국 29개 팀(작가)이 참여한다.
‘테크네세(Technecene)’는 기술이(techne)이 세계를 만드는 가장 큰 힘이 된 시대(世, cene)를 가리키는 말로, ‘ACT 페스티벌 2026’이 제안하는 신조어다. 이번 페스티벌에서는 기술의 오작동, 어긋남을 뜻하는 ‘글리치(glitch)’를 ‘인지적 글리치’와 ‘물리적 글리치’로 나눠 보여준다.
특히 독일 작가 안네 임호프(Anne Imhof)의 영상 ‘아바타(Avatar)’를 한국에서 처음 선보인다. 임호프는 지난 2017년 베니스비엔날레 독일관 대표 작가로 황금사자상을 수상했으며, 테이트 모던(Tate Modern), 팔레 드 도쿄(Palais de Tokyo) 등에서 개인전을 연 동시대 미술의 대표 작가다. 올해 홍콩 타이콴(Tai Kwan)에서 아시아 첫 개인전을 연 데 이어 ‘ACT 페스티벌 2026’에서 한국 관객과 처음 만난다. 작품 ‘아바타’에서는 배경이 추상적인 색과 빛으로 흐려지는 가운데 한 사람의 몸만 32분 동안 또렷하게 남는다. 이 작품은 ‘기술의 시대에 대체 불가능한 것은 무엇인가’라는 올해 페스티벌의 질문을 가장 깊이 있게 던진다.
또한 우톈창(Wu Tien-chang)의 ‘안녕, 춘추각’은 언뜻 보기에 인공지능(AI) 영상처럼 보이지만 옛날 극장의 마술과 손기술로 관객의 눈을 스스로 어긋나게 한다. 노진아의 신작 ‘네르바 아티피시아(Nerva Artificia)’는 오히려 말이 많은 기계다. 인공지능을 장착해 친한 친구처럼 막힘없이 대화를 나누지만 그럴듯하게 지어낸 대답, 곧 ‘환각’이 섞여 나올 수 있다. 맞은편에는 백남준이 1964년 처음 선보인 ‘로봇 K-456’과 같은 설계로 지난 1996년 제작한 작품 ‘로봇 K-456’(백남준아트센터 소장)이 놓인다. 60여 년 전의 기계가 몸으로 비틀거리며 자신을 드러냈다면 오늘의 기계는 너무 매끄럽게 말해서 오히려 그 틈을 알아채기 어렵다.
개막일인 오는 23일 오후 7시에는 예술극장 빅도어 시어터에서 타마나라멘(Tamanaramen), 자이 탕(Zai Tang), 고휘(Kohui)의 오디오비주얼 콘서트가 펼쳐진다. 이어 오는 24일 오후 1시 문화정보원 국제회의실에서는 참여 작가들이 발표·대담하는 다이얼로그가 열린다. 베니스국제영화제 선정작 ‘블러(BLUR)’의 크레이그 킨테로(Craig Quintero) 감독과 오월어머니들의 이야기를 담은 ‘트레이스(TRACES): 애도의 프로세서, 광주에서’의 발리 푸굴랭(Vali Fugulin) 감독이 기술로 죽음과 애도를 다루는 일에 대해 관객과 이야기를 나눈다. 권혜원, 정혜련, 심래정 작가도 ACC 커미션 신작의 제작기를 들려준다.
아시아문화광장 ACC 미디어월에서는 중국 시티 디지털 스킨아트 페스티벌(CDSA)과 협력해 작가를 함께 선정하고 제작한 미디어파사드 작품 15점이 오는 12월 31일까지 매일 오후 4시부터 5시까지(월요일 제외) 상영된다. 전시는 문화창조원 복합전시 3·4관에서 열리며 월요일은 휴관한다. ‘블러’, ‘트레이스’ 체험과 콘서트, 다이얼로그는 ACC 누리집(www.acc.go.kr)에서 사전 예약하거나 현장에서 신청할 수 있으며, 관람료는 모두 무료다.
김상욱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장은 “한국에서 처음 공개되는 작품들을 가까이에서 만나고, 야외로 문을 연 빅도어 시어터에서 소리와 빛의 공연을 함께 즐기는 축제가 될 것”이라면서 “기술이 우리 삶의 환경이 된 지금 순간순간 어긋남을 드러내는 기술 앞에서 잠시 멈춰 인간과 기술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