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과학기술인상 7월 수상자 노성훈 교수 선정
– 세포골격 재생 돕는 분자 정비 시스템 ‘샤페론 조절인자’ 원리 세계 최초 규명
– 초저온 전자현미경 연구 기반 시설(인프라) 공동 활용 체계 결실…난치성질환 극복 단초 마련
【관련 국정과제】 27. 기초연구 생태계 조성과 과학기술 인재 강국 실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 배경훈, 이하 ‘과기정통부’)와 한국연구재단(이사장 홍원화, 이하 ‘연구재단’)은 대한민국 과학기술인상 7월 수상자로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노성훈 교수를 선정하였다.
대한민국 과학기술인상은 최근 3년간 독창적인 연구 성과를 창출해 과학기술 발전에 크게 기여한 연구자를 매월 1명 선정해 과기정통부 부총리상과 상금 1천만 원을 수여하는 상이다. 과기정통부는 2026년부터 우수과학자 포상의 영예성을 강화하기 위해 기존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명칭을 ‘대한민국 과학기술인상’으로 격상(시상 명칭의 대한민국 상표화<브랜드화>)하여 운영하고 있다.
과기정통부와 연구재단은 ‘세계 뇌의 날(7월 22일)’을 맞아 단백질 구조와 기능을 연구하며 세포의 뼈대인 세포골격을 재생하는 ‘샤페론 조절인자’의 작동 원리를 규명하여 노화 및 신경퇴행성 질환 연구의 전기를 마련한 노성훈 교수를 수상자로 선정하였다.
세포골격은 세포의 형태 유지와 물질 수송, 세포 분열에 필수적인 구조지만 노화와 질병이 진행되면 세포골격이 손상돼 불안정해지고 재생 능력이 저하된다. 세포골격 이상은 신경퇴행성 질환, 암, 근육질환 등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으나 세포골격이 분자 수준에서 어떻게 형성되고 재생되는지 구체적인 기전이 밝혀지지 않아 생명과학의 난제로 남아 있었다.
노성훈 교수는 기존 연구들이 ‘세포의 뼈대’에만 집중했던 한계를 넘어 세포골격의 핵심 단백질인 튜불린을 관리하는 샤페론 단백질에 주목하고, 초저온 전자현미경을 활용해 튜불린과 샤페론의 결합 과정을 원자 수준에서 분석하여 세포골격이 생성되고 재활용되는 과정을 단계별로 규명하였다.
연구 결과, 여러 샤페론 단백질이 하나의 초대형 복합체를 형성해 정상적인 튜불린만을 선별해 조립하고, 손상되거나 잘못 조립된 튜불린은 다시 분해해 재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세포골격은 단순히 만들어지는 구조물이 아니라 지속해서 점검·수리·재활용되는 ‘양방향 품질관리 시스템’에 의해 유지된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밝혔다.
이번 연구는 세포골격 연구의 인식 체계(패러다임)를 단순한 구조 형성 연구에서 재생과 복구 작동 원리(메커니즘) 연구로 확장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또한 세포 재생과 노화의 근본 원리를 제시해 치매나 암 등 관련 질환의 새로운 치료 전략 개발과 재생의학 발전에 중요한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노성훈 교수는 단백질 항상성과 세포 재생 연구 분야의 세계적 연구자로, 국내 연구 인프라가 미비했던 시기부터 과기정통부 기초연구 사업 우수 신진 연구, 생명 공학(바이오) 의료 기술 개발 사업의 지원을 바탕으로 초저온 전자현미경 연구 이음터(플랫폼)를 독자적으로 구축·발전시켜 왔다. 단백질 접힘의 동역학적 과정을 규명한 연구를 2022년 셀(Cell)에, 다이서(Dicer)*의 3차원 구조 연구를 2023년 네이처(Nature)에 발표하는 등 구조생물학 분야를 선도하고 있으며,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2025년 10월 게재되었다.
* 다이서(Dicer) : 세포 내 특정 리보 핵산(RNA)을 정해진 크기로 정확하게 잘라내는 효소, 분자 가위
노성훈 교수는 “이번 연구는 국내에서 초저온 전자현미경 연구 기반을 구축하고 이를 활용해 세계적 수준의 성과를 만들 수 있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라며, “앞으로도 생명 현상의 근본 원리를 밝혀 노화와 질병을 이해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연구를 꾸준히 이어가겠다”라고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과학기술인들이 창의적인 사고와 미래지향적인 도전을 통해 인류의 삶을 혁신할 원천기술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연구 생태계를 조성하고, 우수한 성과를 내는 연구자에 대한 보상과 예우를 더욱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 참고1 | ’26년 7월 수상자(노성훈 교수) 주요 연구성과 설명 |
< 세포의 뼈대를 재생하는 ‘샤페론 조절인자’의 원리 규명>
| ㅇ 세포가 스스로를 유지하고 재생하는 핵심원리 세포의 뼈대 역할을 하는 세포골격은 세포의 형태 유지, 물질 수송, 세포 분열에 필수적이지만, 어떻게 만들어지고 재생되는지는 오랫동안 밝혀지지 않은 난제였다. 연구진은 초저온전자현미경을 이용해 세포골격의 핵심 구성 단백질인 튜불린이 생성되고 재활용되는 전 과정을 세계 최초로 규명하였다. 특히 여러 조절인자가 손상된 튜불린을 점검하고, 수리하며, 다시 조립하는 ‘분자 정비 시스템’으로 작동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번 연구는 세포가 스스로를 유지하고 재생하는 근본 원리를 제시한 성과로, 노화, 암, 신경퇴행성 질환 등 다양한 질환의 발생 원리를 이해하고 새로운 치료 전략을 탐색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
| ㅇ 초저온전자현미경 연구 인프라와 공동활용 체계 구축 이번 성과는 연구진이 오랜 기간 구축해 온 초저온전자현미경 연구 인프라와 공동활용 체계의 결실이기도 하다. 서울대학교 세포거대분자이미징 핵심지원센터(CMCI)는 첨단 이미징 장비와 분석 기술을 기반으로 국내외 연구자들에게 개방형 연구 플랫폼을 제공해 왔으며, 다양한 생명현상을 원자 수준에서 규명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왔다. 이러한 연구 인프라는 특정 연구 분야를 넘어 감염병, 암, 노화, 신경질환 등 폭넓은 바이오헬스 연구에 활용될 수 있어, 미래 정밀의료와 바이오 산업 발전의 핵심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
| 참고2 | ’26년 7월 수상자(노성훈 교수) 이력 |
| □ 인적사항 | ||
| o 성명 : 노성훈 o 생년 : 1975년 o 소속 :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o 전화 : 02-880-2135 o 이메일 : shroh@snu.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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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요 학력 | ||
| o 2010.08. ~ 2015.04. | 미국 배일러 의과대학(Baylor College of Medicine) 분자생물학/생화학 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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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 2001.03. ~ 2003.02. | 광주과학기술원 생명과학과 석사 | |
| o 1994.03. ~ 2001.02. | 경북대학교 미생물학과 학사 | |
| □ 주요 경력 | ||
| o 2018.09. ~ 현재 |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조교수, 부교수 | |
| o 2023.06. ~ 2025.06. |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부학부장 | |
| o 2017.01. ~ 2018.08. | 미국 스탠포드대학교(Stanford University), 박사후 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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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 2015.04. ~ 2017.01. | 미국 배일러 의과대학(Baylor College of Medicine), 박사후 연구원 | |
| o 2004.03. ~ 2008.10. | LG생명과학 파트리더 | |
| □ 전문 분야 | ||
| o 초저온전자현미경(Cryo-EM), 구조생물학, 분자생물학, 생물물리학, 생화학 | ||
| □ 연구자 역량(생애) | ||
| o H-Index: 19, SCI 논문수: 56편, 피인용수: 1,440회, 상위 10% 저널 논문 게재 비중: 25% o 연도별 출판 논문의 CNCI(최근 10년) 20162017201820192020202120222023202420250.522.222.53.871.430.981.243.920.730.79 2016 2017 2018 2019 2020 2021 2022 2023 2024 2025 0.52 2.22 2.5 3.87 1.43 0.98 1.24 3.92 0.73 0.79 ※ CNCI(Category Normalized Citation Impact): 각 논문이 속한 연구분야의 평균 인용횟수(논문 출판연도~현재)로 논문의 인용 횟수(논문 출판연도~현재)를 나눈 값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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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 | 2017 | 2018 | 2019 | 2020 | 2021 | 2022 | 2023 | 2024 | 2025 |
| 0.52 | 2.22 | 2.5 | 3.87 | 1.43 | 0.98 | 1.24 | 3.92 | 0.73 | 0.79 |
| 세계 뇌의 날(7.22)이 있는 7월, 대한민국과학기술인상 수상자는 세포의 뼈대를 고치는 ‘분자 정비 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규명하며 생명 재생의 근원적 실마리를 찾은 노성훈 교수입니다. 인류의 수명 연장과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노화와 신경퇴행성 질환에 대한 관심도 어느 때보다 높습니다. 생명공학의 오랜 난제였던 ‘세포는 어떻게 자신의 뼈대를 만들고 유지하며 재생하는가’의 해답을 찾은 비결을 묻자, 뜻밖에도 “혼자 버티고 해결하려 하지 않고 동료와 학생들의 열정에 기대어 한 걸음씩 나아갔다”고 고백합니다. 그는 학사·석사·박사를 모두 다른 환경에서 보내고, 민간기업에서 실무 경험을 쌓으며 주어진 조건에서 최선을 다하는 유연함을 배웠습니다. 국민의 세금으로 마련된 연구 인프라에 대해 깊은 부채 의식과 책임감을 갖고 있습니다. 거대한 생명의 비밀 앞에서 스스로를 낮추며, 자신이 얻은 연구 기회를 사회와 다음 세대에 환원하고자 하는 노성훈 교수의 겸손하고 단단한 철학이 대한민국 첨단 생명과학의 도약을 이끄는 진정한 원동력입니다. o 대한민국 과학기술인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수상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먼저 함께 연구를 수행해 온 학생들과 연구원들, 그리고 연구를 지원해 주신 많은 동료 연구자들께 감사드립니다. 이번 수상은 개인의 성과라기보다 오랫동안 풀리지 않았던 생물학적 질문에 대해 연구실 구성원 모두가 함께 도전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단백질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기능을 얻는지, 그리고 세포가 스스로를 유지하고 재생하는 원리가 무엇인지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해 왔습니다. 이번 연구를 통해 세포의 뼈대를 만들고 관리하는 분자 수준의 작동 원리를 규명할 수 있었고, 그 과정이 세계 최초로 밝혀졌다는 점에서 큰 보람을 느낍니다. 특히 국내에서 초저온전자현미경 연구 기반을 구축하고 이를 활용해 세계적 수준의 성과를 만들 수 있었다는 점이 더욱 뜻깊습니다. 앞으로도 생명 현상의 근본 원리를 밝히고, 이를 통해 노화와 질병을 이해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연구를 꾸준히 이어가겠습니다. o 연구뿐 아니라 교육과 학술활동도 활발히 이어오셨습니다. 요즘은 어떤 연구와 활동에 집중하시는지 근황을 전해주세요. – 최근에는 그동안 수행해 온 연구들을 돌아보면서, 그 결과들이 우리에게 어떤 더 깊은 질문을 던지고 있는지 고민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연구를 하다 보면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끝이 아니라, 그 결과를 통해 새로운 질문이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요즘은 지난 결과들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원리를 다시 이해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여름방학 기간에는 해외 연구자들과의 공동연구와 학술 교류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국제 학술대회에 참석하여 최근 연구성과를 소개하고,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과 토론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고자 합니다. 학생들과도 앞으로 도전할 중요한 연구 질문들을 함께 논의하며 다음 연구를 준비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o 초저온전자현미경(Cryo-EM)을 활용해 단백질의 3차원 구조와 작동 원리를 규명하는 구조생물학 연구의 권위자이십니다. 생명과학, 특히 구조생물학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 생명 현상은 수많은 분자가 동시에 작동하는 매우 복잡한 과정이라, 작은 현상 하나도 완전히 이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구조생물학은 단백질과 같은 생체 분자의 실제 모양을 직접 볼 수 있고, 그 모양을 통해 어떻게 작동하는지 추론할 수 있다는 점이 매우 매력적이었습니다. 저는 복잡한 현상도 눈으로 보고 직관적으로 이해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인데, 구조생물학은 그런 저의 성향과 잘 맞았습니다. 마치 기계의 설계도를 보면 어떻게 움직이는지 짐작할 수 있듯이, 분자의 구조를 보면 생명 현상의 원리를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 큰 흥미를 느꼈습니다. 지금도 새로운 구조를 처음 마주할 때면, 자연이 만들어 놓은 정교한 설계도를 들여다보는 것 같은 설렘을 느끼곤 합니다. o 단백질 항상성, 분자구조 집합체, 세포골격, 노화와 질병의 원리를 연구해 오셨습니다. 교수님의 연구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무엇인가요? – ‘생명은 어떻게 기능을 가진 분자를 만들고 유지하는가’입니다. 세포 안에는 수많은 단백질이 존재하지만, 단백질이 만들어진다고 해서 바로 기능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올바른 모양을 갖추고, 필요한 곳에 배치되고, 손상되면 다시 수리되거나 교체되어야 비로소 생명 활동이 가능해집니다. 저는 이러한 과정을 분자 수준에서 이해하고자 노력했습니다. 단백질의 접힘, 세포골격의 형성, 분자 조절인자의 작동, 그리고 노화와 질병의 발생 과정도 결국은 세포가 기능성 분자를 만들고 유지하는 능력과 깊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쉽게 말해 저는 세포 안에서 일어나는 ‘분자 조립과 품질관리의 원리’를 연구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생명체가 어떻게 스스로를 유지하고 재생하는지 이해하고, 나아가 노화와 질병의 근본 원인을 밝히는 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o 학사와 석·박사 모두 다른 학교에서 공부하시고, 민간기업에서도 6년의 실무 경험을 쌓으셨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환경에서의 경험이 교수님의 연구 활동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 학사, 석사, 박사 과정을 모두 다른 환경에서 보냈고 기업에서도 근무하면서 자연스럽게 다양한 문화를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어디에 있든 늘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좋은 장비가 있으면 사람이 부족하고,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자원이 부족하고, 훌륭한 연구자들이 있으면 또 다른 한계가 보이곤 했습니다. 그래서 특정 환경을 부러워하기보다는 주어진 환경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법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또한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하면서 일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배웠습니다. 필요한 협력을 이끌어내고,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설득하며, 함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 연구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연구실에서도 학생들과 함께 성장하는 문화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스스로를 독려하는 것만큼이나 주변 사람들의 잠재력을 끌어내는 것이 좋은 연구자의 역할이라고 믿습니다. o 최근 세포의 뼈대를 재생하는 ‘샤페론 조절인자’의 원리를 규명하며 많은 주목을 받으셨습니다. 이번 연구를 시작한 배경을 설명해 주세요. – 저는 오랫동안 단백질이 태어나면 주어진 기능을 하게 된다는 교과서적인 이론에 위화감을 느껴 왔습니다. 일반적으로는 단백질이 올바른 모양으로 접히면 기능을 갖게 된다고 설명하지만, 실제 생명체는 훨씬 더 정교하게 작동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람이 사회적 역할을 하기 위한 성숙 과정이 필요한 것처럼요. 세포는 생존을 위해 수많은 분자들이 정확한 시점과 장소에서 기능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단순히 단백질의 모양을 만드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기능을 갖춘 상태까지 관리하고 점검하는 과정이 존재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다소 엉뚱한 질문처럼 들릴 수도 있었지만, 저는 오히려 그 질문이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이번 연구는 그런 근본적인 의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생명체가 어떻게 기능성 분자를 만들고 유지하는지, 그리고 세포가 어떻게 자신의 질서를 유지하는지를 이해하고자 했던 오랜 고민이 이번 연구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o 본격적인 연구이야기에 앞서 ‘세포골격’이란 무엇이고, 왜 생명 현상과 세포 재생을 이해하는 핵심 주제인지 알려주세요. – 사람의 몸도 겉에서는 부드러운 살과 피부로 이루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내부에는 몸의 형태를 유지하고 움직임을 가능하게 하는 뼈대가 있습니다. 세포도 마찬가지입니다. 세포 역시 말랑말랑한 주머니처럼 보이지만, 내부에는 ‘세포골격’ 이라는 구조물이 존재합니다. 세포골격은 세포의 형태를 유지할 뿐 아니라, 세포 안에서 물질을 운반하고, 세포가 이동하거나 분열하는 과정까지 담당하는 매우 역동적인 시스템입니다. 세포가 성장하고, 손상된 조직을 재생하며, 정상적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세포골격이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재구성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세포골격은 생명 현상을 이해하는 핵심 요소입니다. o 더불어, 이번 연구의 핵심 물질인‘샤페론 분자 조절인자’와 ‘튜불린’은 세포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 단백질인지, 그리고 둘은 어떤 관계인지도 설명해 주세요. – 오랫동안 과학자들은 세포골격의 핵심 구성 성분인 튜불린이 어떻게 세포의 형태를 유지하고 물질을 운반하는지와 같은 기능에 주로 관심을 가졌습니다. 비유하자면 건물을 이루는 철골 구조가 어떻게 건물을 지탱하는지 연구해 온 셈입니다. 하지만 저는 한 걸음 뒤로 물러나, 그 철골 자재 자체는 어떻게 만들어지고 관리되는지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아무리 훌륭한 건축 설계가 있어도 품질이 검증된 자재가 공급되지 않으면 건물을 지을 수 없듯이, 세포 역시 기능을 가진 튜불린을 정확하게 만들고 유지하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 샤페론 분자 조절인자는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는 분자 수준의 정비사이자 품질관리자 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포 재생은 단순히 새로운 세포를 만드는 과정이 아니라, 새롭게 만들어진 세포가 정상적으로 기능할 수 있는 분자와 구조물을 공급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기능성 튜불린이 생산되고 관리되는 원리를 이해하는 것은 세포 재생의 근본 원리를 이해하는 새로운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o 세포골격을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라 ‘품질관리 시스템’으로 바라보셨습니다. ‘샤페론 조절인자’의 원리를 규명한 이번 연구의 주요 성과를 말씀해 주세요. – 기존에는 세포골격을 세포의 형태를 유지하고 물질을 운반하는 구조물로 이해해 왔습니다. 반면, 그 구조물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유지되는지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알려진 바가 많지 않습니다. 이번 연구의 가장 중요한 성과는 세포골격을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라, 끊임없이 조립되고 점검되며 필요에 따라 수리·재활용되는 ‘품질관리 시스템’으로 이해할 수 있는 분자적 근거를 제시하였다는 점입니다. 저희 연구팀은 초저온전자현미경을 이용해 샤페론 분자 조절인자들이 튜불린과 결합해 정상적인 부품만을 선별하고, 손상되거나 잘못 조립된 부품은 다시 분해하여 재활용하는 과정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습니다. – 건물이 완성된 후에도 정기점검과 유지보수가 필요하듯이, 세포 역시 자신의 뼈대를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합니다. 이번 연구는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세포 내부의 ‘분자 정비 시스템’을 처음으로 관찰한 데 의의가 있습니다. 나아가 세포가 단순히 단백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능을 가진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 정교한 관리 체계를 운영하고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는 세포 재생, 노화, 신경퇴행성 질환, 암과 같은 다양한 생명 현상을 이해하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o 초저온전자현미경을 이용해 세포 안에서 찰나의 순간 일어나는 단백질 조립·분해 과정을 무려 ~1Å(1천억 분의 1미터) 수준의 원자 해상도로 관찰하셨습니다. 굉장히 정교하고 정밀한 실험이었는데요. 어떤 과정과 방법으로 진행이 되었나요? – 이번 연구에서 초저온전자현미경은 단순히 단백질의 사진을 찍는 도구가 아니라, 세포 안에서 일어나는 분자 수준의 과정을 직접 관찰할 수 있게 해주는 핵심 기술이었습니다. 샤페론 조절인자와 튜불린의 상호작용은 매우 짧은 순간에 일어나며, 끊임없이 조립과 분해를 반복하기 때문에 기존 방법으로는 그 과정을 관찰하기가 매우 어려웠습니다. 초저온전자현미경은 이러한 분자들을 영하 180도 이하에서 순간적으로 얼려 자연 상태에 가깝게 보존한 뒤, 수십만에서 수백만 개의 입자 영상을 분석하여 원자 수준의 구조를 재구성합니다. 이를 통해 원자 하나의 위치까지 구분할 수 있는 수준의 해상도로 분자들의 상호작용을 관찰할 수 있었고, 튜불린이 조립되고 점검되며 재활용되는 과정을 단계별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 비유하자면 움직이는 자동차 엔진을 분해하지 않고 작동 중인 상태에서 내부 부품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관찰한 것과 비슷합니다. 특히 이번 연구는 단순히 하나의 정지된 구조를 본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순간에 존재하는 중간 단계들을 포착하여 하나의 분자 영화를 복원한 데 의미가 있습니다. 이번 연구를 위해 수년간의 시료 준비와 데이터 수집, 그리고 막대한 계산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매우 작은 분자들의 찰나의 모습을 수많은 조각 정보로부터 재구성해야 하기 때문에, 정교한 실험 기술과 분석 기술이 모두 요구되는 연구였습니다. o 연구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기술적 난관은 무엇이었고, 어떻게 해결하셨나요? – 기술적으로는 연구에 필요한 시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세포 안에서 매우 짧은 시간 동안만 존재하는 단백질 복합체를 분리하고 관찰해야 했기 때문에, 원하는 상태의 시료를 얻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 하지만 돌이켜보면 더 큰 어려움은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연구자인 우리 자신의 선입견이었습니다. 연구를 시작할 때는 누구나 기존 교과서나 선행 연구를 바탕으로 결과를 예상하게 됩니다. 그런데 실제 데이터는 종종 우리의 기대와 다른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이번 연구에서도 처음에는 결과를 기존의 틀 안에서 이해하려 했지만, 오히려 그 과정이 새로운 발견을 보는 데 장애물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연구는 단순히 정답을 찾는 과정이 아니라, 자신이 가진 생각을 끊임없이 의심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연구는 결코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어려운 문제일수록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과 협력해야 하고, 결국은 실력과 경험이 쌓여야 새로운 실마리를 찾아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결국 연구란 기존의 틀을 조금씩 벗어나는 과정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o 이번 연구는 국내에 초저온 전자현미경 기반이 충분히 갖추어지지 않았던 시기부터 교수님과 연구진이 장비, 분석 기술, 연구 플랫폼을 직접 구축하며 이루어낸 성과라는 점도 의미가 큰 것 같습니다. – 정말 쉽지 않은 과정이었습니다. 지금은 초저온전자현미경이 널리 알려졌지만, 연구 시작 당시만 해도 국내에는 관련 장비와 분석 기술, 연구 경험이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단순히 연구를 수행하는 것을 넘어, 장비를 도입하고 운영하며 데이터 분석 기술과 연구 플랫폼을 하나씩 구축해야 했습니다. 돌이켜보면 이번 성과는 특정 연구실이나 개인의 노력만으로 이뤄낸 결과가 아닙니다. 국가 차원의 연구 인프라 투자와 학교의 지원, 그리고 오랜 시간 관련 분야를 개척해 온 많은 선후배 연구자의 노력이 함께 쌓여 가능했습니다. 특히 연구 과정에서 어려움에 부딪힐 때마다 주변 동료 연구자들의 조언과 격려, 그리고 기꺼이 손을 내밀어 준 협력자들의 도움이 큰 힘이 됐습니다. 연구는 종종 개인의 성취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수많은 사람의 경험과 지혜가 모여 완성되는 집단의 성취입니다. 이번 연구 역시 이 같은 노력 위에서 가능했던 성과이며, 국내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구조생물학 연구를 수행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라는 점에서 더욱 뜻깊습니다. o 세포골격의 이상은 암, 치매, 근육 질환, 노화와 깊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번 연구가 앞으로 노화 연구나, 암 연구에 어떤 실마리를 줄 수 있을까요? – 노화와 질병을 생각할 때 흔히 손상된 세포나 조직에 주목합니다. 하지만 조금 더 근본적으로 보면, 세포가 정상적으로 기능하기 위해 필요한 단백질을 만들고 유지하는 능력이 점차 저하되는 과정이 노화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입니다. 세포골격은 세포의 형태를 유지하고 물질을 운반하며 세포 분열과 조직 재생을 담당하기 때문에, 이 시스템에 문제가 생기면 암, 신경퇴행성 질환, 근육 질환 등 다양한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 이번 연구는 세포골격의 핵심 구성 성분인 튜불린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품질 관리되는지를 규명함으로써, 세포가 기능성 분자를 생산하고 유지하는 근본 원리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제공했습니다. 특히 세포가 단순히 단백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능을 가진 상태까지 관리하는 정교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습니다. 앞으로 이러한 원리를 이해하게 되면 노화 과정에서 어떤 품질관리 체계가 무너지는지, 암세포는 어떻게 이를 변형하여 활용하는지, 그리고 손상된 조직의 재생 능력을 어떻게 회복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o 나아가 재생의학이나 바이오헬스 산업의 발전에도 파급효과가 기대됩니다. – 궁극적으로 세포 재생은 새로운 세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정상적으로 기능하는 세포를 만드는 과정입니다. 따라서 기능성 단백질을 안정적으로 생산하고 유지하는 원리를 이해하는 것은 세포치료제, 조직 재생 기술, 노화 제어 기술 등 차세대 바이오 기술의 작은 기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o 생물학적 난제를 연구하려면 긴 호흡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오랜 시간 지치지 않고 연구에 몰두할 수 있었던 교수님만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도 늘 의욕이 넘치고 지치지 않는 연구자는 아닙니다. 연구를 하다 보면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는 것조차 버겁게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생물학의 질문들은 대개 수년에서 수십 년에 걸쳐 답을 찾아가는 문제이기 때문에, 누구나 지치고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특별한 원동력이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다만 한 가지 노하우가 있다면, 혼자 버티려 하지 않는 것입니다. 저는 동료 연구자들과 학생들에게 많이 의지합니다. 함께 고민하고, 서로 격려하고, 때로는 다른 사람의 열정에 기대어 한 걸음 더 나아가기도 합니다. o 독창적인 연구뿐만 아니라 관련 교육 플랫폼을 개발해 국내외 연구자들과 산업체 인력 교육에도 기여하셨습니다. 연구실을 운영하며 학생들에게 강조하시는 태도나 철학은 무엇인가요? 연구실 문화도 궁금합니다. – 저는 후배 연구자들에게 연구자는 누구나 혼자 성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야기합니다. 한 명의 연구자가 성장하기까지는 국가와 학교, 동료와 선후배, 그리고 보이지 않는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특히 연구 현장에서 사용하는 장비와 연구 인프라는 결국 국민의 세금과 사회의 투자로 마련된 자산입니다. 저는 이러한 자산을 활용하는 연구자로서 일종의 부채의식과 책임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좋은 연구성과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성과와 인프라가 다시 사회에 환원되고 더 많은 연구자와 학생들의 성장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또한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희 연구실은 실력과 성과를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그만큼 공유와 협력의 가치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저는 좋은 연구자란 좋은 연구를 해야 하고, 자신이 받은 기회를 다음 세대와 사회에 다시 돌려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연구가 이 같은 공동체의 노력 위에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이해할 때 더 큰 책임감과 겸손함을 가진 연구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o 앞으로 초저온전자현미경 관련 연구 생태계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 것으로 보시는 지요? 교수님께서 궁극적으로 이루고 싶은 연구 목표도 듣고 싶습니다. – 초저온전자현미경 분야는 인공지능과 결합해 매우 빠르게 발전할 전망입니다. 과거에는 단백질의 구조를 하나씩 규명하는 것이 목표였다면, 앞으로는 세포 안에서 수많은 분자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상호작용하며 기능을 획득하는지를 통합적으로 이해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초저온전자현미경이 제공하는 방대한 분자 정보를 인공지능이 분석하면, 세포가 어떻게 기능성 분자를 만들고 활성화하며, 활성화된 분자들이 다시 세포의 기능을 어떻게 결정하는지까지 다차원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러한 변화가 이미 시작되었고, 앞으로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생명 현상을 발견하는 일은 여전히 실험 과학자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공지능은 우리가 가진 데이터를 분석하고 패턴을 찾는 데 매우 뛰어나지만, 무엇을 질문해야 하는지, 어떤 현상이 중요한지, 그리고 기존의 틀을 넘어서는 새로운 현상을 발견하는 일은 결국 자연을 직접 관찰하고 탐구하는 과정에서 시작됩니다. – 저의 궁극적인 목표는 생명체가 어떻게 분자를 만들고, 이를 통해 살아있는 시스템을 유지하는지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앞으로도 인공지능과 첨단 이미징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동시에 아직 누구도 발견하지 못한 새로운 생명 현상을 탐험하는 연구를 계속하고 싶습니다. o 마지막으로 과학자와 공학자를 꿈꾸는 청소년들에게 선배과학자로서 조언과 격려를 전해주세요. – 과학은 정답을 습득하는 학문이 아니라, 세상에 없던 질문을 던지고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가는 일입니다. 저는 자유롭게 사고하고,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탐험하며, 새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과학자가 세상에서 가장 멋진 직업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멋진 일이 반드시 즐겁거나 쉬운 일인 것은 아닙니다. 과학의 매력은 오히려 어렵고 힘들며, 아무도 답을 모르는 문제에 도전한다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패도 많고 불확실성도 크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발견의 기쁨도 큽니다. 주변의 기준이나 다른 사람의 속도에 너무 얽매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스스로의 호기심과 질문에 조금 더 귀를 기울이고, 자신을 더 많이 격려해 주셨으면 합니다. 여러분의 작은 도전과 질문 하나가 언젠가는 세상을 바꾸는 발견의 출발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
| 참고3 | ’26년 7월 수상자(노성훈 교수) 인터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