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대학교 약학대학과 의과대학 공동연구진이 간섬유화의 진행을 조절하는 새로운 분자 신호전달 기전을 규명하고, 향후 치료 표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전북대는 약학대학 배은주·한창엽 교수와 의과대학 이창훈 교수 공동연구진이 간섬유화 과정에서 PAK4(p21-activated kinase 4)와 YAP(Yes-associated protein)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신호축이 간성상세포 활성화와 섬유화 진행을 촉진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21일 밝혔다.
간섬유화는 만성적인 간 손상이 반복되면서 콜라겐 등 세포외기질 섬유소가 간에 과도하게 축적되는 병적 상태다. 질환이 악화하면 간경변과 간암으로 진행될 수 있으며, 섬유화 정도는 만성 간질환 환자의 예후를 좌우하는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간섬유화 자체를 효과적으로 억제하거나 되돌릴 수 있는 치료법은 아직 제한적이어서, 질환의 진행을 제어할 분자기전과 치료표적 발굴이 요구돼 왔다.
간성상세포는 간섬유화의 발생과 진행을 주도하는 대표적 세포다. 정상 간에서는 비활성 상태로 비타민 A를 저장하지만, 간 손상이 발생하면 활성화돼 증식하고 섬유소를 생성한다. 이 과정에서 간성상세포의 활성화와 세포 운명을 조절하는 신호전달 체계는 매우 복잡해 치료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새로운 표적을 찾는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전북대 연구진은 기존 항암 표적으로 주로 알려졌으나 최근 지질·당 대사 조절 등 다양한 기능이 밝혀지고 있는 ‘PAK4’에 주목했다. 연구 결과, 간섬유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간성상세포의 PAK4 발현이 증가하며, 이 증가가 간성상세포의 활성화와 증식을 촉진해 간섬유화 진행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간성상세포에서만 PAK4를 제거한 유전자 변형 마우스 모델을 통해 PAK4의 기능을 검증했다. 또 PAK4 선택적 억제제인 소분자 화합물을 활용해 간섬유화 개선 가능성도 확인했다. PAK4를 표적으로 하는 치료전략이 간섬유화의 진행을 조절할 수 있음을 실험적으로 제시한 것이다.
특히 연구진은 PAK4가 간섬유화를 촉진하는 구체적 분자기전도 규명했다. PAK4가 세포 성장과 조직 재생에 관여하는 전사조절인자 YAP를 직접 인산화하고, 이를 통해 YAP의 안정성과 핵 내 활성을 높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과정에서 기존에 알려지지 않았던 YAP의 새로운 인산화 부위도 확인했다. 연구진은 이를 통해 PAK4-YAP 인산화 신호축이 간성상세포의 활성화와 간섬유화 진행을 촉진하는 핵심 기전임을 제시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생화학·분자생물학 분야 국제학술지인 『Signal Transduction and Targeted Therapy』(IF 81.2, JCR 상위 0.2%) 최신호에 게재됐다.
제1저자인 전북대 약학대학 김길환 대학원생은 “이번 연구를 통해 간섬유화에서 PAK4의 역할을 새롭게 규명하고, 기존의 억제성 YAP 인산화와 차별화되는 새로운 YAP 조절기전을 밝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한창엽 교수는 “PAK4-YAP 신호축을 기반으로 간섬유화와 연관 질환을 제어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전략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제시했다”며 “후속 연구를 통해 치료 후보물질 개발과 임상 적용 가능성을 구체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전북대 약학대학을 중심으로 여러 국내외 공동연구진이 참여했으며, 한국연구재단 ‘핵심연구사업과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