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페스티벌의 주제는 ‘아이, 휴먼: 테크네세(世)에 응답하기(I, Human: Responding to the Technecene)’로, 기술이 우리의 감각과 선택, 행동 방식까지 바꿔 놓는 시대, 즉 ‘테크네세(世)’에 ‘인간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우리는 이 환경에 어떻게 응답할 것인가를 묻는다. 이번 페스티벌에는 국내외 29팀이 참여해 전시와 공연, 대담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먼저 문화창조원 복합전시 3·4관에서 열리는 전시에서는 백남준이 1964년 만든 첫 로봇 ‘로봇 K-456’(백남준아트센터 소장)을 만날 수 있다. 무선 조종으로 거리를 걸으며 케네디 대통령의 연설을 틀고 콩을 ‘배설’하던 이 로봇은 지난 1982년 미국 휘트니미술관 회고전 당시 뉴욕 거리에서 자동차에 치이는 퍼포먼스 ‘21세기 최초의 참사’을 벌였다. 관람객은 뉴욕 일렉트로닉 아츠 인터믹스(EAI)가 제공한 백남준의 영상 두 편을 통해 ‘K-456’이 뉴욕의 소호 거리를 활보하던 모습과 교통사고 장면을 직접 볼 수 있다.
특히 60여 년의 세월을 넘어 ‘K-456’과 한국 작가 노진아, 정혜련, 권혜원이 올해 새로 제작한 피지컬 AI 기반 작품들이 마주한다. 말을 걸면 AI로 대답하는 노진아의 로봇 설치 작품 ‘네르바 아티피시아’, 관람객의 호흡으로 작동하는 정혜련의 ‘슈냐타로부터’, 소프트 로보틱스로 이루어진 권혜원의 ‘산호학자 R의 진화 알고리즘’이 ACC 커미션 신작으로 처음 공개된다.
확장현실(XR) 작품도 눈길을 끈다. 크레이그 킨테로(Craig Quintero)와 피비 그린버그(Phoebe Greenberg)의 ‘블러(BLUR)’는 2025년 베니스 국제영화제 이머시브 부문에서 공개된 ‘이머시브 시어터’의 정점인 작품으로, 세계 여러 미술관이 앞다퉈 초청전시를 하려는 화제작이다. ACT 페스티벌은 지난해부터 섭외에 공을 들여 해외 주요 미술관보다 앞서 국내 관객에게 처음 선보인다. 회차당 10명의 관객이 헤드셋을 쓰고 실제 배우의 라이브 퍼포먼스와 VR·AR·AI가 엮인 세계를 체험하며, 아들을 잃은 한 여성의 이야기를 따라 삶과 죽음의 경계를 걷는다.
캐나다 감독 발리 푸굴랭(Vali Fugulin)의 ‘트레이스: 애도의 프로세서, 광주에서(TRACES: The Grief Processor in Gwangju)’는 4명이 함께 체험하는 VR 다큐멘터리의 광주 버전이다. 감독은 약 2주간 광주에 머물며 5·18민주화운동 오월어머니들을 만나고, 무등산과 광주의 역사를 조사해 작품을 새로 만들었다. 관객은 체험에 앞서 자신의 상실감을 불러일으키는 사진 한 장과 그에 얽힌 짧은 경험담과 함께 꿈결 같은 숲을 함께 걸으며 마음속 슬픔을 꺼내서 매만지고 떠나보낸다. 낯선 이들이 서로의 슬픔 곁에 머물게 하는 이 경험은 뭉클한 치유와 연대의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이외에도 XR 작품 ‘블러’와 ‘트레이스’를 비롯해 오는 23일 오후 7시부터 10시까지 펼쳐지는 빅도어시어터 오디오비주얼 콘서트와 오는 24일 다이얼로그 프로그램은 ACC 누리집(www.acc.go.kr)에서 사전 예약할 수 있다. 관람료는 모두 무료다.
김상욱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장은 “60여 년 전 뉴욕 거리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백남준의 로봇부터 오월 어머니들의 목소리를 품은 가상의 숲까지 이번 페스티벌은 앞만 보고 달려온 기술의 시대에 잠시 멈춰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묻는 자리”라면서 “피지컬 AI를 기반으로 한 한국 작가들의 창제작 신작과 세계가 주목하는 작품들을 광주에서 먼저 만나는 특별한 경험이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