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으로는 구별하기 어려운 정보, 빛으로 새기고 읽는다” GIST, 빛의 회전 방향만으로 유기 소재의 구조 제어… 정보 기록·판독 기술 개발 – 화학과 임현섭 교수팀, 왼쪽·오른쪽으로 회전하는 빛으로 서로 거울상인 ‘키랄 구조’ 선택적 형 성… 별도의 원료·촉매 없이 하나의 필름에 정보 기록·판독 구현 – 일반적인 광학 이미지로 구별하기 어려운 패턴 판독 – 차세대 광정보 저장·암호화 기술 가능성 제시… 《Nature Communications》게재 ▲ (뒷줄 오른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GIST 화학과 임현섭 교수, 김태웅 석박사통합 과정생, 오주희 석박사통합과정생 광주과학기술원(GIST·지스트, 총장 임기철)은 화학과 임현섭 교수 연구팀이 빛의 회 전 방향에 따라 서로 반대되는 구조의 유기 소재를 선택적으로 합성하고, 이를 이 용해 하나의 필름에 눈으로는 구별하기 어려운 정보를 기록해 빛으로 판독하는 기 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빛을 이용해 유기 소재의 구조를 원하는 위치마다 다르게 형성하고, 그 차이를 정보로 활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으로, 향후 광정보 저장과 데이터 암 호화, 위조방지 기술 등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왼손과 오른손은 서로 거울에 비친 형태지만 완전히 겹쳐지지 않는다. 분자나 소재 에서도 이처럼 서로 거울상 관계이면서 겹쳐지지 않는 구조를 갖는 성질을 ‘키랄성 (Chirality)’이라고 한다.
연구에 사용된 ‘공유-유기 골격체(Covalent Organic Framework, COF)’는 유기 분자 들을 규칙적으로 연결해 일정한 구조와 미세한 기공을 형성하는 소재로, 구조와 기 능을 다양하게 설계할 수 있다. 그러나 왼손형·오른손형 구조 중 원하는 한쪽의 ‘키 랄 COF’를 만들려면, 일반적으로 키랄성을 지닌 원료나 촉매 등이 필요해 합성 과 정과 재료 선택에 제약이 있었다.
연구팀은 빛에도 왼쪽과 오른쪽으로 구분되는 회전 방향이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빛의 전기장이 진행 방향을 따라 나선형으로 회전하는 빛을 ‘원편광(Circularly Polarized Light)’이라고 하는데, 연구팀은 COF 합성 과정에서 왼쪽 또는 오른쪽 원 편광을 비춰 빛의 회전 방향에 따라 서로 다른 키랄 구조가 형성되도록 했다.
COF를 합성하는 과정에서는 분자 사이의 결합이 끊어졌다가 다시 형성될 수 있다. 이때 원편광이 유도한 작은 구조적 차이가 결합의 반복적인 형성과 재배열을 거치 며 증폭돼, 특정 방향의 키랄 구조가 우세해진다.
이 방식은 키랄성을 지닌 원료나 촉매를 추가하지 않고도 빛의 회전 방향만으로 COF의 키랄 구조를 선택적으로 제어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연구팀은 빛의 회전 방향이 실제로 COF의 키랄 구조 형성에 영향을 주는지 확인하 기 위해, 회전 방향이 정해지지 않은 일반적인 빛과 왼쪽·오른쪽으로 회전하는 원편 광을 각각 비춰 합성한 소재를 비교했다.
그 결과, 회전 방향이 정해지지 않은 빛으로 합성한 COF에서는 특정 방향의 키랄 성이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반면, 원편광으로 합성한 COF에서는 빛의 회전 방향에 따라 서로 반대되는 키랄 구조가 형성됐다. 이는 빛의 회전 방향이 소재의 화학적 구조에 반영됐음을 보여준다.
또한 합성한 COF는 왼쪽과 오른쪽으로 회전하는 빛을 방출할 때 서로 다른 세기를 나타냈다. 두 방향의 원편광 발광 세기 차이를 나타내는 ‘원편광 발광 비대칭 계수 (glum)*’는 소재의 특정 위치에서 최대 절댓값 약 0.248로 측정됐다. 이는 순수 유기 소재로서는 높은 수준의 광학적 비대칭 특성으로, 서로 다른 키랄 구조를 빛으로 구별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 원편광 발광 비대칭 계수(glum): 소재가 방출하는 왼쪽·오른쪽 원편광의 세기 차이를 나타내는 지표다. 0이면 두 방향의 세기가 같으며, 절댓값이 클수록 한쪽 방향의 빛이 상대적으로 더 강하 게 방출된다는 뜻이다.
연구진은 이러한 특성을 활용해 하나의 COF 필름 안에 서로 다른 키랄 구조를 선 택적으로 형성하고, 이를 정보로 읽어낼 수 있는지 실험했다. 필름의 원형(○)과 사각형() 영역에는 한 방향으로 회전하는 원편광을, 가운데 삼 각형(△) 영역에는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는 원편광을 각각 비춰 서로 다른 키랄 구 조를 형성했다.
▲ 빛의 회전 방향에 따른 키랄 COF의 선택적 합성. 마스크를 이용해 왼쪽과 오른 쪽으로 회전하는 원편광을 각각 원형(○)과 삼각형(△) 영역에 비춰, 서로 거울상인 키랄 구조를 가진 COF를 선택적으로 형성하는 과정을 나타낸 모식도이다.
그 결과, 일반적인 광학 영상이나 발광 영상에서는 세 도형의 차이가 뚜렷하게 드 러나지 않았다. 그러나 원편광의 회전 방향에 따른 발광 특성을 분석하자 가운데 삼각형과 양쪽의 원형·사각형이 서로 다른 신호로 구분됐다. 눈으로는 쉽게 알아보 기 어려운 구조의 차이가 빛을 통해 판독 가능한 정보로 나타난 것이다.
이는 하나의 필름 안에서도 위치에 따라 서로 다른 키랄 구조를 형성해 정보를 기 록하고, 빛의 회전 방향에 따른 발광 특성을 이용해 이를 판독할 수 있음을 보여준 다. 연구팀은 서로 다른 키랄 구조를 디지털 정보의 ‘0’과 ‘1’처럼 활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시했다.
임현섭 교수는 “이번 연구는 빛의 회전 방향을 유기 소재의 구조를 제어하는 수단 으로 활용하고, 이를 정보의 기록과 판독으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향후 광정보 저장과 데이터 암호화, 위조방지 기술뿐 아니라 키랄 분자 인식 센서 와 차세대 광학 소자 개발에도 새로운 가능성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GIST 화학과 임현섭 교수가 지도하고 김태웅 석박사통합과정생, 포항산업과학연구 원(RIST) 김재원 위촉연구원, GIST 화학과 오주희 석박사통합과정생이 공동 제1저자 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개인연구지원사업 ▴과 학기술정보통신부 지스트-이노코어(GIST-InnoCORE) 사업 및 지스트 전략연구사업 (ISD) 프로그램 ▴한국전력공사 개방형 연구개발(Open R&D) 프로그램 등의 지원을 받았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2026년 10월 17일 온라인으로 게재됐다. 논문 정보 ○ 논문명, 저자정보 – 저널명 : Nature Communications (IF: 18.1 / 2025년 기준) – 논문명 : Optical-handedness-driven enantioselective synthesis and programmable chirality encoding of covalent organic frameworks – 저자 정보 : 임현섭 (교신저자, GIST), 김태웅 (공동제1저자, GIST), 김재원 (공동제1저 자, 포항산업과학연구원), 오주희 (공동제1저자, GIST), 강승윤 (공저자, GIST), 김지현 (공저자, IBS QCR), 한민수 (공저자, GIST), 김영용 (공저자, POSTECH), 박찬호 (공저자, GIST), 박정은 (공저자, G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