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회째를 맞은 ‘ACC 미래상’은 융복합 예술 분야에서 혁신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한 작가를 발굴하고 ACC의 인프라를 통해 신작 제작과 전시를 지원하는 ACC의 대표 브랜드 전시다.
‘2026 ACC 미래상’에 선정된 김영은 작가는 지난해 10월 ‘ACC 미래상’ 수상 이후 올해 2월 국립현대미술관의 ‘올해의 작가상’ 수상자로 선정되며 국내외 미술계가 주목하고 있는 작가다. 소리와 청취를 통해 시각 중심주의 역사에서 소외된 서사를 사회·역사적 맥락에서 탐구해 오고 있는 김 작가는 청각 경험을 중심으로 ‘소리’와 실천의 형식으로서의 ‘청취’를 다룬다. 매체로서의 소리를 넘어 청각문화를 통해 구멍이 난 인류사를 다룬다는 점에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시각예술 분야에서 만나보기 어려운 작업으로 이번 전시에 대한 기대가 집중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미래의 청취자들에게: 이동하는 소리’는 ‘아시아의 이동과 이주’를 소리로 경험하는 대규모 사운드 설치 작품이다. 가로 25m, 세로 60m, 높이 15m의 대규모 전시장의 천장과 바닥에 설치된 총 115개의 스피커로 소리가 공간 전체를 입체적으로 이동하고 펼쳐내는 기술과 가상의 음원에서 발생하는 음파를 공간 안에 재현하는 WFS(Wave Field Synthesis)시스템을 구현한다. 이로 인해 관람객은 전시장에서 몸을 감싸며 이동하는 소리를 청각은 물론 몸의 모든 신체 감각으로 경험할 수 있다.
전시장에 흐르는 목소리들은 식민 폭력, 전쟁 등 아시아의 복잡한 역사 속 이동과 이주의 경험과 정서를 노래한 과거의 ‘시’로부터 출발한다. 작가는 과거의 시가 소리 내어 읊는 낭송의 전통 속에서 구전되었으나 오늘날에는 사라진 음성성에 집중한다. 이를 현대적으로 재구성하기 위해 시와 시 낭송 자료조사, 전문가 자문 과정에서 축적한 문헌학적 추정을 바탕으로 작곡가와 협업해 새로운 아시아의 음향 풍경을 제안한다. 전시장에서는 아홉 편의 시로 만든 아홉 곡이 60분 단위로 순환 재생된다.
아홉 편의 시 중 하나인 ‘허균’의 ‘노객부원’은 허균이 임진왜란 시기 금강산으로 향하던 중 철원의 객점에서 만난 한 늙은 아낙의 비참한 사연을 담고 있는 장편 한시로, 총 48구로 이루어져 있다. ‘노객부원’에서 받은 감동을 작곡가는 당시의 시대상과 시가 묘사하는 공간 및 정서에 부합하는 음색과 음률로 형상화해 ‘허균, 읊기, 노객부원(老客婦怨)’라는 곡으로 재발화시켰다.
작곡가의 해석으로 나온 곡들을 115.4채널로 구현하기 위해 작가는 ACC창제작센터 입체음향제작실을 오가며 음향 믹싱 작업을 진행했다. ACC 입체음향실에는 총 64대의 스피커로 WFS·앰비소닉 시스템을 구현할 수 있는 장비와 믹싱콘솔이 갖춰져 있어 이번 전시의 소리를 입체적으로 구현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전시장에서는 소리뿐만 아니라 각 시의 구절이 표출되는 대형 스크린 3개와 조명 연출을 통해 작가가 그리는 독특한 음향적 풍경이 다채롭게 펼쳐질 예정이다.
국내외 미술계의 이목이 집중된 ‘2026 ACC 미래상: 김영은’ 전시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ACC 누리집(www.acc.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상욱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장은 “지난 2024년 제1회 ‘ACC 미래상’ 전시가 작가의 국제 무대 진출에 든든한 교두보가 되었듯 이번 김영은 작가의 전시 역시 국내 중견 작가가 세계적인 거장으로 발돋음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면서 “관람객들이 소리를 통해 아시아의 역사를 감각하고, 청취가 열어낼 새로운 미래를 상상해 보는 특별한 시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